필사하기 좋은 현대시 구절 #1

잡덕의 문화사 2023. 1. 3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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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잡덕입니다. 

요새 저는 필사에 꽂혀있어요. 필사가 조금 손이 아프긴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에 평화를 주는데 되게 효과적이더라구요. 사실 시간이 많이 있을땐 책 한권을 필사 하기도 했었는데..요새 일이 바쁘다보니 한권을 다 하기엔 조금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요새는 틈틈히 시 구절을 필사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추천하는 필사하기 좋은 현대시를 가져왔습니다.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듯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이 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박용래, 「울타리 밖」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김소월,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중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이육사, 「황혼」 중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여진 시」 중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조지훈, 「낙화」 중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김현승, 「플라타너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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