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일시: 2022.10.25 ~ 2023.03.01
장소:국립중앙박물관
[전시후기]
세계사 수업 때 가장 재미있었던 파트가 어디냐면 역시나 유럽사였다.
중앙 집권으로 한 왕조가 500년 700년 1000년씩 흘러갔던 한반도나 툭하며 반란이 일어나 합쳐졌다 쪼개졌다 하는 중국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국경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나게 하는 유럽사(史)는 동북아시아 역사에 익숙한 나에겐 생소했고 그래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 때문에 전쟁을 하고, 교황과 왕(혹은 황제)이 대놓고 권력 다툼을 하며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해가 뜨는 기이한 현상은 속으로 혀를 차게 만들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런 유럽의 역사에서 아주 굵은 글씨로 이름을 남긴 가문중 하나인 합스부르크 가문은 나에겐 그들이 남긴 유산이나 폐해보다도 주걱턱으로 더 가까웠다.
근친혼으로 인한 폐해, 권력을 놓치 않으려던 몸부림 따위로 쉽게 정의되었던 그들의 삶에 대한 내 생각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어떤 부분은 더욱 견고해졌으나 어떤 부분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들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 가문이다.
그 노력은 결혼 동맹을 통해 빛을 보았고 그로인해 쇠퇴했으며 결국엔 무너져버렸다.
"다른 이들은 전쟁을 하게 두어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라는 시구가 너무나도 유명할 만큼 그들은 결혼을 통해 세력을 확장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알던 대부분의 왕, 왕비, 태자, 태자비 그리고 귀족들중에 그들과 엮이지 않은 이가 드물었다는 사실을 이번 전시회에서 새삼 깨달았다.
'와 이 집안 가족사는 그냥 드라마구나..'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 루돌프 프란츠 등 뮤지컬과 영화로 너무나 친숙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마주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해서 2022년 아시아의 한 국가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익숙한 이들이니 그 당시엔 얼마나 대단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소장품은 모두 쉽사리 눈을 떼기 힘든 작품들이었다.
그 시대 귀족과 왕족들이 그러하듯 그들은 예술을 사랑했고 예술가를 후원했다.
그들의 후원을 받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 그들을 기쁘게하기 위해 아름답고 경일로운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 덕을 보고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내눈에 띄었던 건 황금잔이었다. 세밀한 세공으로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낸 조각가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황금이니 그걸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하는 세속적인 생각도 할 수밖에 없었다.
전시회는 입이 딱 벌어지는 작품들의 연속이었다. 와 이걸 그 시절에 만들었다고?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래서일까 전시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허무함이 나를 찾아왔다. 이러면 뭐해. 하는 그런 허무함
이 대단한 가문의 결말은 이 전시회 속 작품들의 경이로움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기때문일까.
막연히 입을 벌리고 우와 우와 하다가 끝날 것 같았던 전시회는 삶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생활 후기]
얼리버드로 티켓팅하고 다녀왔는데 얼리버드 티켓 교환만 한시간 반이 걸렸다. 주말이라 그런 거겠지만 11시에 도착했는데 이랬다는 점이 나를 너무 슬프게 만들었다. 그 뒤로 전시관까지 들어가는데 또 한 시간..
만약 이 전시회를 보고싶은 사람이라면, 꼭 평일 오전에 가는 걸 추천한다. 주말 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조건 오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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